호밀밭의 파수꾼이 현승 조각 이불 같은 햇볕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던 개가 갑자기 눈을 뜨고 허공을 향해 멍멍 짖는다.아이를 재우고 나왔지만 잠에서 깬 아이를 다시 위로하듯 개집에서 나온 햇살이 개를 쓰다듬는다.두세 번 짖고 두리번거리다가 개는 모은 두 다리 위에 턱을 괴고 다시 잔다.가끔 귀만 쫑긋하고 일어났다가 다시 잠을 잔다.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귀에 대고 현순아, 아버지는 틀림없었다.세 음절의 목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일어나 앉아 보니 오히려 멍해졌다.나는 불행의 맛은 알지만 불안의 냄새는 더 정확히 안다.확신이 필요한 사람들은 손톱을 깨물거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손을 넣거나 빼내 냄새를 맡아본다.개를 깨운 것은 냄새였을까, 소리였을까.벗은 양말을 코에 가져가는 사람처럼 심증은 있지만 확증이 없는 사람들은 자꾸 킁킁거린다.허공의 팔에는 아직도 개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지만, 코끝 어디선가 차가운 불안의 냄새가 난다.
리모컨이 뭔지, 이·어떤 나무처럼 운동력 없는 것은 나비나 벌을 불러들이고 수분을 하지만 발 없는 말은 다리가 없고 천리도 간다.리모컨은 제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리모컨을 옮긴 사람도 거기가 어디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 마지막으로 리모컨을 만진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면 고양이처럼 발 뒤꿈치를 들어 가도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아래층에 들어야 할까?사람의 당혹한 표정은 나무라는 어린이의 안색이며, 시치미를 떼고 뒤에 앉은 아버지의 후두부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어”모두 모르는 “라는 남의 귀에 대고 귀을 기울이는 입술처럼 뚱하고 있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처럼 기다리기를 포기하더라도 수면은 되지 않아 불편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계속 불가능은 불편하다.찾는 것을 포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냉장고, 뒤주 속, 정수기 위, 벽장 속처럼 기발한 어딘가, 리모컨이 어디 있는지는 어쩌면 아래 집에서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모컨은 모든 것을 가능한 유일한 불가능하다.『 문학 동네 』 2019년 겨울호 이·어떤_2002년 『 문예 중앙 』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면서 등단.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생활이라는 생각”이 있다.